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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논단]제주여성사회, '통 큰 재편'이 필요한 이유

칼럼

by 한라산한란 2011. 1. 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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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논단]제주여성사회, '통 큰 재편'이 필요한 이유


입력날짜 : 2011. 01.20. 00:00:00

이제도 제주도의 이미지는 삼다도(三多島)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여자가 많다'는 통념은 그 통계의 허구성이 여러 번 지적되었는데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여다(女多)의 이미지는 사람의 머릿수를 센 숫자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제주섬 사람살이에서 여성의 사회상은 우선 활동 범위에서 크게 부각되어온 특징이 있다.

사실, 가시적인 고고학적 관련자료 만으로는 언제부터 섬살이가 시작되었는지, 누가, 혹은 누구네 식솔이 어디서 어떻게 무슨 연유로 건너왔는지 확증할 아무 근거도 없다. 그럼에도 누구 한 사람 모르는 이 없이, 설문대가 한 바다 가운데다 제주섬을 만들었고, 벽랑국 세공주가 파도를 넘고 건너와 탐라국 건국을 도왔으며, 자청비가 시아버지를 도와 출병하여 전장에서 승리한 값으로 받은 오곡 씨를 섬 땅 '너른 뱅뒤'인 송당 평원에 부쳐 최초로 농사를 지었다는 신화가 오늘에도 전해진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되, 황당무계하기 짝 없이 흩어진 퍼즐조각 같은 이야기들을 제자리에 잘 끼워 맞춰놓고 보면 분명히 선명한 그림이 펼쳐진다.

그 그림에서는 이 제주섬에서의 태초 사람살이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아로새겨진 제주여성상, 제주여성의 사회상이 명쾌하게 그려져 있어, 문헌기록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한 써지지 않은 역사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그게 역사가 미처 추스르지 못한 신화의 수수께끼이며 그 답이다.

옛 이야기를 그만 두더라도 제주여성들은 숫자를 능가하는 활동성을 발휘하여 제주사회를 구축하는데 전심하는 에너지이다. 제주여성사회는 제주섬의 인류사회 발상의 초기단계부터 21세기인 현 세기에 이르도록 각자의 일손을 모아 사회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요 며칠 새 하늘이 열리고 무섭게 눈보라가 쏟아지면서 모질게 엄습해오는 한파의 장막은 두터웠다. 눈보라는 제주겨울바람을 맞아 신이 난 듯 난무하는 살벌한 벌판에서도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눈붕뎅이'가 왁왁하게 앞을 가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한 상황인데도 겨울감자를 캐는 한 무리 제주여성을 포착한 그 사진. 며칠 전, 한라일보에 게재된 그 사진 한 장이 제주여성사회가 누대에 걸쳐 제주섬을 그늘놔 온 정황을 대변하는 듯 했다.

제주여성사회의 일하는 손은 개인만이 잘 살자는 활동이 아니다. 초지일관 나와 너를 뛰어 넘어 우리가 잘사는 사회를 지향한다.

예전 근현대의 경계쯤에서는 접을 통한 재정확보 방안을 일찍이 강구하여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대단한 업적을 쌓아왔다. 시대에 맞추어 지역사회가 필요한 바에 알맞게 발전을 도모하는가 하면 매우 능동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개척자 정신을 발휘한다.

뭐니뭐니 해도 제주여성사회의 특성은 공공성을 띠고 크게 행보한다는 데 있다. '햄시민 다 해 진다'는 정신을 앞세워 활동의 범위와 내용에 한계를 두지 않은 투지, 이는 제주의 사람살이를 긍정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제주의 앞날을 향하여 쉼 없이 나아가는 용기는 거룩한 전진이다.

21세기를 딱 십분의 일을 산 이즈음은 시대가 이 사회의 가치관보다 앞질러 달려가고 있다.

제주사회가 더는 지체 말고 도약해야만 저만치 앞선 것을 제치고 앞으로 나설 수 있다.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래야만 살 수 있다. 도약할 거리에 맞게 도약대를 손보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늘 그랬듯이 제주여성사회가 이 시대에 걸맞은 역할, 제주도민사회가 다 같이 뛰어오를 도약대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서 다시 한 번 크게 활약할 때이다. 이게 재편의 이유이다.

<한림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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