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목요논단]제주문화정책에 '문학'도 있다면

칼럼

by 한라산한란 2010. 8. 12. 06:15

본문

목요논단]제주문화정책에 '문학'도 있다면


입력날짜 : 2010. 08.12. 00:00:00

새로운 제주도정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총체적인 제주현황 점검과 아울러 효율적인 정책실행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발맞추어 각계각층이 재편하고 개편하느라 분주하다. 당연한 절차이다.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새 인물이 문화예술정책의 총괄, 조정, 지원하는 제주자치도 문화관광교통국장과 제주문예재단 이사장 자리에 앉았다.

이에 앞서 우 도정이 '문화행복지수가 높은 제주'를 지향한다고 문화예술정책의 목표를 제시하였다. 거기에는 분명히 '예술'이 빠졌으나 '문화'에 포괄적인 개념으로 넣었으리라고 나름대로 좋게 해석을 해본다.

'다 잘될 것이다'라는 긍정의 효과에 기대어 문화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문학으로서 '제주문학'의 중흥을 위한 제주자치도 정책도 있으리라는 기대가 순전히 자의적인 희망사항만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사실, 최근에 대폭 바꿔 진행 중인 제주문예재단 및 제주자치도의 제주문학계에 대한 지원체계는 그 특성상 맞지 않은 바가 상당히 있어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중앙정부의 관련부서와 제주자치도가 문예재단을 통하여 문학인과 문학단체에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이 있다.

이 기금은 문학창작과정에는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그 흔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도 제주도 문인은 예외로 친다. 다만 문인이 책을 출판하고자 할 때 인쇄비 일부 정도를 지원할 뿐이다. 그것도 그 책에 수록할 작품으로 어디에도 발표한 적이 없는 새 작품만을 요구한다.

작가는 책이 출간된 이후에라야 출판사로부터 인세를 받는다. 몇몇 작가가 선불금 약간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출판사는 인세를 100퍼센트 후불로 지급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

그에다 이런 일도 있었다. 제주자치도는 올 초에 문화예술단체장들을 도청 대강당에 불러 모아 2010년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재정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브리핑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도지사를 비롯한 관련국장은, '제주도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감안해서 제주자치도 및 문예재단을 통한 재정지원에 한하여 자부담을 10퍼센트 내외로 하겠다' 고 발표하였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하도 고마워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쳤다.

결과적으로 그런 지원은 8월 현재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원금을 교부받기 위한 문의를 하자 역시 사안에 따라 30퍼센트에서 50퍼센트 선자부담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문화예술단체장을 모아놓고 손뼉 치게 한 그 자리는 한마디로 '쇼를 했던 것이다.'

문인을 지원하는 지역메세나가 활성화된다고 하여도 지원 정책의 틀을 다변화하지 않는 한 수혜자는 그에서 그일 것이다.

문학창작의 결과물이 작품이고 책은 이를 가시화하는 수단의 하나에 불과하다.

우도정이 제시한 '문화행복지수가 높은 제주'를 목표로 하는 슬로건 안에 혹시라도 제주문학도 들어 있다면, 문학은 창작하는 과정에서부터 향유를 시도하여 그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학문인 동시에 예술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예컨대 작가는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하여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습득하고, 독자와 자주 만나면서 세상살이를 공유하고, 그동안에도 쓰는 그것에 대하여 끊임없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끄트머리에 드디어 작품을 완성한다. 그와 같은 지난한 문학창작 과정의 특성을 새삼 들여다 봐달라면 너무 과분한 요구인가.

이쯤 쓰면 누군가는 제주문학의 질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 그 독자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돌덩이 가운데서 옥을 가리고 금을 찾는다. 제주문학이 중흥하려면 작가가 많은 작품을 생산하는 가운데 명작이 나온다는 걸 알아주기를 바란다. <한림화 작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