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이런 사람에게 투표하겠습니다
입력날짜 : 2010. 04.15. 00:00:00
저는 제주특별자치도민으로서 투표권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는 6월2일에 있을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도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등 지방선거에서 나의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하여 이런 사람에게 투표하겠습니다. 이는 도의원의 경우, 득표수만큼 정당의 비례대표가 선출되니 그 후보에게도 해당됩니다.
첫째, 제주도가 섬임을 잘 알고 있는 이를 택하겠습니다.
공간적 개념이 확실하고 그 스케일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있는 이라면 선거 결과 당선이 되었을 때, 제주도에 가장 적합한 정책을 펼칠 수 있으며 주어진 역할을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해낼 기본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총면적이 약 1845.36㎢ 정도로 서울의 3배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안에 56만2600여 명 정도의 주민등록인구가 상주합니다. 그런데 출마 후보자들 중에는 이러한 제주도의 면적과 인구수를 무시하고 무턱대고 대통령 출마 후보나 함직한 규모가 방대하기 이를 데 없는 환상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이와는 정 반대로 어느 조합장 출마 후보나 제시하면 딱 좋을 지극히 국지적인 사안들을 늘어놓은 경우도 언론을 통하여 보고 있습니다.
둘째,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진정으로 듣는 이를 택하겠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제주사람이 대물려 오는 격언 중에, "애기어꿰 말도 들엄시민 사를 뫼 난다"고 했습니다. 지금, 일반시민의 시정(市井)에 회자하는 이슈 뿐 아니라 깊은 속내가 담긴 삶의 진솔한 상태를 토로하는 말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이라면, 당선 후에도 도민이 무엇을 원하는 지, 원하지 않는 지 가늠하면서 지방정치를, 지방교육정치를 해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정치는 포기한 채 겉으로는 도민이 하는 말을 잘 듣는 척하면서 뒤에 가서는, "제주도 현안에 관한한 제주도민 50만이 다 전문가라" 하면서 저들끼리 빈정대기나 하고 야합에다 결탁하여 공모하는가 하면 이면합의 해대는 이, 적잖이 출마후보들 가운데 있는 거, 압니다.
셋째, 정직한 이라야 합니다.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판이라는 것이,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이합집산이 횡행하며 배신을 밥 먹듯 한다는 것쯤 모르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민주정치를 발상하여 꽃 피웠다는 로마시대에, 위대한 황제 시저가 굳게 믿었던 측근인 브루터스의 예상치 못했던 칼질에 무릎을 꿇으면서, "너냐?" 라고 절규했겠습니까!
정치판이 그렇다고 기정사실화하더라도 지방정치가가 정치꾼이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왜냐하면 선출직 지방정치가는 그 지역의 살림을 맡아 사는 살림꾼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정치가들이 어떻게 살림을 살아주느냐에 따라 지역의 삶의 질이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출마후보자 뿐 아니라 그 참모들도 한 결 같이 정직해야함은 두말할 필요 없겠지요.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크게든 적게든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에 탐닉하여 남에게 해를 끼친 자, 남을 빙자하여 재물을 축적한 자, 남을 모략하여 누를 끼친 자, 남의 공을 가로채어 지위를 얻었던 자가 혹시 참모로 있지는 않습니까? 그런 참모는 어느 순간 낯을 바꿔 브루터스처럼, "내가 변심한 이유는 제주도민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라며 같잖은 변명으로 우리를 구렁텅이에 빠트릴지도 모릅니다.
넷째, 평범한 도민이면 금상첨화겠습니다.
군계일학이란 말이 있기는 합니다. 지극히 평범함은 비범함과 마찬가지의 가치가 있습니다. 비범함은 평범함을 바탕에 갖추었을 때에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비상한 자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에 이를 빛나게 하는 것은 민의입니다. 예전에 우리는, 홀로 비범하다고 자칭한 리더가, 민의를 무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다가 빛은 커녕 제주도가 그만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도 당해 봤습니다.
출마후보자 여러분, 그리고 출마자를 결정짓는 자리에 앉아있는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선거에서 당락은 나와 같은 일반 유권자의 한 표가 결정합니다.
부디 좋은 후보자를 선정하여 우리 유권자 앞에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 <한림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