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림 화<작가>
얼마 전 귀동냥으로 들은 겁니다. 제주도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 가운데는 일을 하려하지 않는 이들이 상당수가 있다는 군요. 또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부모들 일부는 학교에서 학부모와 상담할 일이 있어 학교방문을 설득하여도 막무가내로 응하지 않는답니다. 왜냐하면 당국이 살집을 마련해줄 뿐 아니라 직업을 가지지 않은 이들에게는 달마다 일정한 생활비를 지급하고, 자녀교육 문제만 하더라도 관련 봉사자에게 학부모가 할 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처음 그러한 말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는 수긍하는 바 있었습니다. 북한에서의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목적으로 목숨을 걸고 탈출한 그들입니다. 그렇더라도 한국의 무한 경쟁 사회운용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기가 어려워 힘겨웠을 겁니다. 그에다 북한이탈주민이란 선입견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차별도 다소 있었겠죠.
그들은 한국과는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국가가 개인의 삶을 주관하는 사회제도 아래 살았기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스스로 책임지고 보다나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어려서부터 경쟁하는 이 사회가 낯설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거,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는 일하지 않아도 먹을 것, 입을 것, 그리고 잠자리가 보장되는데 억척스럽게 일하는 이들이 어쩌면 이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도 한국 혹은 자신이 바라는 나라에 입국하지 못하고 제삼세계를 떠돌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분보장이 되지 않아 매우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틸 정도입니다. 몇 년 전 독일 베르린 중앙공원에서 직접 목격한 일입니다. 주말이면 자선단체에서 홈리스들에게 음식과 옷 등 생필품을 나눠줍니다. 거기 줄 서 있던 한 동양인이 느닷없이 저에게, ‘북에서 왔네?’ 하고 물었는데 남에서 왔다고 하자 조선족이라는 그가 혼잣말을 하더군요. “하긴 그 사람들은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 나오지도 못해”
그런 이들에 비하면 제주도를 비롯하여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은 훨씬 나은 거 아닙니까? 부디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노력하여 한국 국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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