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올해 제주의 한가위 풍경속에는
입력날짜 : 2009. 10.01. 00:00:00
요즘 이명박 정부의 화두가 되다시피 한 서민들 즉 대다수의 국민은 하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반 먹으면 저녁 걱정할 만치 곤궁하였다. 그토록 일상을 영위하기가 버겁던 시절에도 추석 명절은 풍요로웠던 증거처럼 시정에 회자되던 말이 '덜도 말고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였다.
지난한 세월을 살아남아 오늘을 맞이한 기억 속에서 한가위를 들쳐보면 명절 때나 '곤밥'을 먹던 제주섬 사람들도 밥'차롱'에 십시일반으로 '반'을 나눠 울담너머로 넘기고 그러고도 모자라 끼니 거른 이가 없나 온 마을을 다 살폈으니 말 그대로 즐겁고 기꺼웠다고 회상한다.
내일이면 온 섬에 펼쳐질 2009년 제주의 한가위도 과연 그러한가? 두 말 하면 우스워질 것이, 이 시대는 너무 먹을 것이 많아 명절 음식마다 칼로리를 세세히 따질 정도이다. 그러니 물질의 풍요로움이야 예에 비길 바 당치 아닐 성 싶다. 다만 이 명절 가운데서 다른 형태의 빈곤을 느낀다면 너무 주관적인가.
이 빈곤은 매우 상대적이어서 보지 않으려면 절대로 가시적일 이 없으되 때로는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니 그에 따른 어지럼증을 동반한 박탈감이 그 원인인 듯 싶다.
도 당국은 강정마을이야 어찌되든 제주도민의 평화지향점이 무엇이든 해군기지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란 이름으로 건설되면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정착시키는데 필요조건으로 등장한 '알뜨르 비행장' 자리에 평화공원 등 관련시설을 건설할 수 있을 것처럼 굴었다. 그 한 예가 바로 얼마 전에 끝난 '제3회 세계 제주델픽대회'이다.
김태환지사의 소환에 따른 도민 투표가 마무리 되자마자 보란 듯이 이러한 대회의 당사자인 문화예술인조차도 거의가 그 정체를 모를 정도로 미미한 문화예술게임을 도당국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풀가동하여 성대하게 치렀다. 국제델픽위원회(IDC) 측은 흐뭇하다 못해 그 결과, 애초 이 대회의 제주개최 발상자인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게 그 기여도를 인정하여 '델픽평화상'을 수여했다. 김재윤 의원의 출신구는 바로 '제주 서귀포', 현 제주사회의 최대 이슈가 된 그 땅, '민군복합형관광미항'예정지와 알뜨르 비행장이 포함된 곳이다.
도당국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제4단계 제도개선(안) 즉 제주특별법 제155조의 세계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사업내역을 구체화하는 조항에 "대정읍 소재 국유재산(알뜨르 비행장) 무상양여 특례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 는 현재진행형 언론보도를 보면 그 일이 시작하기도 전에 난제에 묶였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델픽평화상' 수상자인 김재윤 의원이 '제주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소위 중앙에서 활동하는 기미는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그에게는 열 일 제쳐두고 이 일에 '올인'할 의무가 있는데도 말이다. 도민을 대신하여 국회로 보낸 의미가 무엇인가.
도당국이 대 중앙 절충 시 힘겨워할 때, 정치의 중앙무대에 진출한 국회의원이 목숨 걸고 지원했을 때는 그 양상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최소한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당나라 시인 이상은은 본래 있는 것의 귀함을 훼손하고 또 무엇을 꾸미는 인간을 비꼬아 쓴 '잡찬(雜纂)' 속에 '살풍경(殺風景)'하는 행태를 지적하였다.
제주도가 처한 사회적인 몇몇 이슈는 비수처럼 도민의 가슴을 정통으로 찔러 애간장을 에어 놓고도 모자라 현대판 '살풍경(殺風景)' 속으로 몰아넣으니 한가위가 내일인데도 내쳐 굶주린 듯 뱃가죽이 등짝에 가 붙는다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데도 천하태평인 자 저기들 있다. <한림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