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물로부터 받은 첫인상은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한 거의 잊어지지 않는다.
맨 처음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누구를 처음 만난다든지 어떤 지역을 처음 방문한다든지 의식적으로 사물을 대할 때의 첫인상은 더욱 강하게 대상에 대하여 느낌을 결정짓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 처음 왔는데, 처음 본 자연풍광, 처음 마주친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좋으면 제주도의 이미지는 그 사람에게 언제까지나 좋게 남을 것이다.
첫인상은 무엇일까?
눈을 들어 어느 사물 혹은 공간을 바라다볼 때, 한 눈에 딱 들어오는 그 인상, 바로 한 컷의 잔상으로 뇌리에 오래 남는 이미지가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가 다양하더라도 잔상은 단 한 컷, 즉 보는 사람 눈에 비친 상대의 첫 모습 같은 것이다.
나는 오늘, 제주도의 첫인상을 결정지을 한 공간을 구성하는 것들, 여러 요소 중에서 가장 눈에 띄기 쉬운 가로의 화단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거리를 지날 때 화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지역은 털머위나 갯쑥부쟁이나 해국 같은 야생화로 단장하여 정겹기 이를 데 없다.
그런가 하면 지난겨울 끝 무렵부터 봄이 화사하게 찾아온 지금까지 제주시의 일부 지역 대로변 화단에는 알록달록한 서양제비꽃과 더불어 배추가 심어진 것도 봤을 것이다.
배추가 심어진 화단이 제주시의 서쪽 대로변에서부터 동쪽까지 띄엄띄엄 이어져 있으니 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보게 되었을 것이다. 배추는 채소다.
대로변 화단에 심지 않아도 제주도의 텃밭에는 사시사철 배추 등 온갖 소채류가 푸르러 예로부터 한 겨울에도 싱싱한 나물이 풍성하기로 우리나라 유일의 지역이다. 제주도는 동 아시아 지역에서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식물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 종류만도 무려 1800여 종이나 된다.
이 중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들도 상당수가 들어 있다.
대로변 화단에 배추를 심어야 할 정도로 제주도의 꽃이 빈약하지 않다는 증거다.
제주도는 관광지여서 하루에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들고 난다.
그들 중에는 처음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배추가 심어진 대로변의 화단을 보면서 제주도에 대한 첫인상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일본의 나리따 공항이 있는 나리따시에는 예전의 도랑을 그대로 둬 맑은 물이 돌돌 흐르게 하고 들꽃을 알뜰하게 가꾼 오솔길이 시내전역 대로변에 걸쳐 이어져 있다.
더구나 누가 그 오솔길을 가꾸고 있는지 이름표를 달아놔 첫인상이 무척 단아하고 소박하게 느껴졌다.
제주시는 제주도의 관문이다.
도시미화를 책임진 관계 당국에 묻고 싶다.
배추와 서양제비꽃이 함께 심어진 어설픈 화단은 제주도 방문자에게 어떤 첫인상을 남길까?
혹시라도 관광조경이니 도시미화 따위는 전혀 모르는 이들이 사는 문화의 질이 낮은 곳이 제주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지는 않을까?
사람을 포함하여 어떤 사물에 대하여 가진 첫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