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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by 한라산한란 2007. 12. 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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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제주협상에서 우리가 간과한 것

입력날짜 : 2006. 10.26



 우리 제주섬의 시월은 예로부터 짙푸른 잎새 사이로 노랗게 감귤이 무르익어 흐드러지니 무척 풍요롭게 가을이 깊어간다. 아울러 자연이 베푸는 아름다운 색깔과 조화를 이룬 온갖 문화가 다 멍석을 깔고 향수판을 펼쳐 놓는다. 그 속에 우리 삶을 담그고는 섬살이의 예를 회고하고 미래를 전망해 가며 정리하는 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더구나 시월하순이면 조락의 계절이라고 저 중산간 지대에 질펀하게 파도치는 억새꽃 물결에 묻혀 한껏 우수에 깃든 몸짓으로 섬의 대륙에 동화되는 계절의 덤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올 시월은 정말로 그 어떤 판이 벌어져도 그 신명이 예 같지 않다. 한·미 FTA 제4차 협상이 하필이면 제주에서 열려 풍요롭다 못해 너그럽기 그지없는 우리 제주섬의 시월 마지막을 시커멓게 멍들여 놓고 말았다. 굳이 FTA를 협상의 방식으로 채택하여 미국과 같은 거대강국과 직접 협상하지 않고도 물적, 인적교류를 할 수 있는 통로는 분명 있는데도 이를 잊은 듯이 밀어붙이기식 협상은 이어지고 있다.

 나라와 나라끼리 지역과 지역끼리도 도하어젠다 즉 DDA와 다자간 무역협상 채널인 WTO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관련 국제사회가 주지하였다. 그런데도 또 하나의 외교무역협상 채널을 가동하여 한·미 FTA를 서두르는 이면에는 한국이 생산하는 자동차 등 우리의 공산품을 팔아야 나라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발상이 지배적이어서 그렇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이해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가진 이 협상내용에 대한 지식수준이기도 하다. 이는 이 협상내용이 거의 비밀에 붙여지는 데서 기인한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공산품을 미국에 파는 조건으로 농산물에 대하여서만 관세철폐 등을 실시하여 국가간 무역장벽을 거두려는 것은 분명 아니다. 지적재산권과 같은 문화산업분야도 협상 리스트에 올라 있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전통적인 수많은 산업들이 그 고유성이 무시된 채 협상테이블에 올려져 보편적 가치척도에 의하여 입씨름 거리가 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렇다고 손을 놔버릴 수는 없다. 이 시점에서는, 지역민이 오랜 세월을 나는 동안 삶 속에서 은은한 향기를 품고 생성되어 향수해 온 전통문화를 굳건하게 고수하는 등 지혜를 발휘하면 위기를 다소 모면하고 회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얼마 전에 농협제주지역본부에는 제주지역의 전통농사용구 등 우리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갈무리하고 저장하던 온갖 도구들을 모아 작은 박물관을 열었다. 척박한 땅을 옥토로 개척하여 우리 배를 부르게 해준 제주선주민의 지혜의 소산인 쌍날따비 등을 보노라면 그 다함없는 노력의 강도에 머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FTA 등 많은 다자간 무역 협상이 진행된다 해도 우리가 고수하고 향수하며 지키려든다면 우리의 전통문화산업은 아무도 손을 델 수 없음을 상기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로 승부할 수 있다. 이는 고유한 전통문화를 꽃 피워 온 우리 제주사람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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