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회 한편에서는 걸핏하면 제주도에 인물이 있네 없네 하고 절망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더러 있다.
평범한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공동선을 추구하여 좋은 사회를 이뤄내는 곳이라면 구태여 비범한 인물론을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제주도의 두 번째 르네상스, 블루오션 혁명시대라고 일컬어지는 21세기의 벽두를 완성할 새로운 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순항에는 걸출한 인물론보다는 평범한 도민의 결집론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된 것도 같은 논리라고 본다. 이번 5·31 지방선거를 통하여 제주도민 사회는 제주여성을 철저하게 배제하여 여성으로서 지역구 의원 배출을 단 한 명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 논리를 적용할 여지를 잃게 하는 큰 사건이다.
하지만 그 허탈한 양성불평등의 아쉬움을 일단 덮고 여성 비례대표들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제주여성사회의 당면한 현안에서부터 원대한 미래를 보장할 블루프린트 작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고 강화할 프로젝트 진행, 제주사회를 보살펴온 주체로서 여성의 특성을 살려 지역사회의 통합에 기여하는 등 지방 의정 활동의 방향성 추구에 협동할 것을 당부한다.
일찍이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일본인 학자 다까하시(高僑亭)는 제주도 기행문을 발간하였는데 이 책에 제주여성사회는 마치 전설상의 ‘아마존’과 같고 제주여성은 여성전사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아마조네스들’이라고 기록해 놓았다. 외지인의 안목으로 보면 제주여성사회는 그처럼 힘있고 여성 개개인은 정체성이 확고한 제주도민이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또 제주출신 지식인이면서 공무원이었던 고정종씨가 펴낸 ‘제주도편람(濟州島便覽)’에 제주여성의 헌신적인 사회활동과 가정운영에 대하여, “朝鮮婦人네들이 家庭에만 들어안저서 男子들의 生産하야 드리는 것을 消費할 줄만 아는 婦人네들의게 多少의 反省材料가 될가함이며 또 世上 物情 모르고 職業을 賤視하시 兩班들의게 參考로 말하여 두는 바이다” 라고 일갈하였다.
지금이 바로 예전의 그 정체성과 힘을 긍정적인 면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화할 시기다.
지난 5·31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치달아 뜨거운 열기로 제주섬을 휘몰아칠 때, 언론은 선거관련 뉴스가 아닌 것을 내보내는 것에 대하여 사뭇 눈치를 보면서 제주농협지역본부가 ‘2006년도 제2차 친절서비스 평가 결과 종합 1위를 차지하였다’고 잠시 전하였다. 문 밖을 나서면 ‘이런 사람을 도민의 일꾼으로 뽑아달라’면서 매우 친절한 말씨와 좋은 매너로 ‘고붓고붓하게’ 인사를 하는 이들, 주로 여성으로 이뤄진 선거 서포터즈들과 마주할 때마다 그 친절서비스 평가 뉴스가 오버랩 되어 특별한 감회를 자아냈었다.
저 열의, 저 친절함, 저 좋은 매너를 선거 후에도 능동적으로 연장한다면 다음 지방선거에는 틀림없이 지역구 여성의원도 대거 배출될 터이다. 제주사회가 친절서비스 평가 1위에 오르고도 남을 터이다. 그러면 제주도는 준비된 안전하고 편안한 지역 1순위로 랭크될 터이다.
이러한 희망사항 1순위를 마음에 품은 이면에는 자신이 있을 자리에서 제 역할을 스스로 찾아 하는 평범한 이들이 제주사회의 저변을 이루고 있다는 확신이다.
올해는 소위 ‘2006 제주방문의 해’가 아니던가. 제주를 방문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인 우리들도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미덕을 한껏 발휘할 일이다. 하나로 뭉친 따뜻한 도민사회는 우리들 각자의 열린 마음을 ‘디딜팡’ 삼아 건설되는 것이기에.
제주특별자치도에 승선하면서 여성도 희망을 현실로 가시화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하는 꿈을 품는다. 이제 닻을 올리면 누군들 제가 할 의무를 저버릴 자는 없을 줄 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즈음한 5·31지방선거를 통하여 선원으로 뽑힌 선량들은 모두들 채빌 단단히 차리고 승선을 완료하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