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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목요논단]디지털 도로, 인터넷 검문소를 생각하다

칼럼

by 한라산한란 2008. 9. 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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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논단]디지털 도로, 인터넷 검문소를 생각하다


입력날짜 : 2008. 09.04. 00:00:00

며칠 전, 박진영이란 가수 겸 프로듀서가 청와대에서 '한류를 넘어 세계의 문화로' 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는 뉴스가 일제히 뜬 바 있다. '박진영'하면 제한된 공간에 머물러 있던 우리의 현대 대중문화 일부를 세계로 이끌어낸 문화보급 기획자이며 생산자인 동시에 전문 인적자원으로서 탁월한 인재임이 자명하니, 청와대직원을 상대로 특강을 하였다는 뉴스에 가타부타 토를 달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명박정부의 청와대가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로 국민 일반에게 비춰지는 이 때, 젊은 대중문화 창달자의 견해도 듣고자 한다는 청문 범위의 넓이에 오히려 놀랐다고 해야 할까. 그로 하여금 청와대를 청중으로 삼아 할말을 하라며 멍석을 깔아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정부의 대중문화 예술과 관련지어 무척 긍정적인 행보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보도된 바에 의하면, 박진영은 그 자리에서, 우리의 대중문화 보급현상인 '한류열풍'은 이제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다소 부정적인 소견을 피력하였다고 한다. 그가 그런 결론을 내린 근거로 인적자원과 콘텐츠 생산 육성 및 저작권 관리 등 우리의 부실한 문화생산 인프라는 물론이고 보급과정의 보호대책 미비로 드러나는 아픈 현실을 지적하였다는 것이다. 말미에 "한국적인 것, 즉 한류를 뛰어 넘는 세계화 전략으로 가야한다"는 말로 문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던 모양이다.

지당한 그의 제언에 딱 한 가지, 사족일지언정 보탤 말이 있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여 질적으로도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저작권 보호를 국내법 뿐 아니라 국제법상으로도 확실하게 장치한다고 하자.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문화예술인의 생산성과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장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문화예술 성과물들이 한류를 뛰어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이를 실어 나를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도로 등 메가트랜드 시대에 걸맞는 열려있는 보급망 확충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문화가 주변지역의 그것보다 탁월하여 한류열풍이 불었다는 전제는 그야말로 아전인수격인 결론이다. 한류열풍이 부는 데에 기여한 최대 공신을 들라면 한국의 우월적인 기술에 의한 다양한 포털사이트 구축, 인터넷 보급 전국화와 100퍼센트에 가까운 활용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이버 세계에서의 활동에 익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 점, 금방 생산된 따끈따끈한 '문화예술을 공짜로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또한 주변국가가 인터넷 활용을 부문별로 제한하거나 유료화하여 사용자의 접근성을 경감시킬 때, 우리는 과감하게 열어놓았다. 그 결과 우리의 포털사이트가 거점 즉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한국의 대중문화 예술성과물이 네티즌들에 의해 퍼날라지면서 널리 보급됐던 것이 궁극적으로 한류열풍의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큰 힘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럼으로 21세기의 도로망인 인터넷에 검문소나 잔뜩 신설하는 사고방식은 세계로 거침없이 불어제칠 제2, 제3의 한류열풍 길목을 차단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점도 설파해주기를 바랐다면 너무 과욕인가.

<한림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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