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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라산한란 2008. 5. 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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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논단]제주문화예술 인프라 점검하기


입력날짜 : 2008. 05.01. 00:00:00

제주영상미디어센터는 월요일만 제외하고 일주일 내내 들썩인다. 오랜 동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마냥 한가롭던 시설이 북적댄다. 이 센터의 예술극장이 피엠시 프로덕션(PMC Production)에 장기임대 되어 제주난타공연장으로 탈바꿈하였기 때문이다. 관객의 수요도 폭발적이다. 여럿이 함께 관람하려면 며칠전에 예매를 해야 할 정도다. 더구나 제주도민에게는 티켓도 할인해준다.

공연은 배우들과 관객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판 신나게 무대와 객석을 웃음과 몸짓으로 난타를 해버린다. 또한 공연의 도입 부분에 귤 가면을 쓴 배우의 등장으로 극의 무대가 제주도임을 슬쩍 내비쳐 정서적으로도 관객의 두 주류인 제주도민과 제주를 관광하는 관광객을 공간적으로도 이 섬에 꽉 묶어버린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관전평을 들어보면 배우들이 구체적인 대사 한마디 하지 않고 두드리고, 부수고, 어질러놓으면서 즉, 약간의 소품 속에서 강렬한 리듬과 비트만을 구사, 관객의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풀어버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이런 넌버블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는 몸짓과 리듬으로만 극중 상황을 풀어놓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언어가 바탕이 되고 몸짓은 부수적으로 따르는 연극공연이 가지는 핸디캡이랄 수도 있는 언어의 장벽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아 관객과의 거리를 단번에 좁혀 동화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어떻든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퍼포먼스가 제주도에서도 성공을 거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매우 잘된 일이다.

그러나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의 난타 장기 상설 공연은 한시바삐 고려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시설은 제주의 문화예술을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신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실험해보는 도민의 CT학습장인 동시에 누구 말마따나 '제주문화예술 산업의 공장'이다. 따라서 센터 안의 예술극장이 가동률이 매우 저조할지라도 일주일에 6일이 공연되는 상업상설연극공연장으로 장기 임대할 수 없으며 본래 목적대로 환원되어야 할 것이다.

계약 당사자가 있음으로 이를 파기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줄 안다. 그래도 해법은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부디 제주영상미디어센터가 제 역할을 하면서도 제주영상위원회의 적자를 다소 해소하고 관객의 문화예술 향유 권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난타가 공연되었으면 한다.

지금 제주지역에는 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다소의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공연시설 35개, 전시시설 17개, 복지시설 35개, 전수시설 4개, 도서관 18개를 상회하는 문화예술 관련 인프라가 산재해 있다. 이 시설들 가운데는 최근에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문화예술과는 전혀 다른 용도로 변경된 것도 있다.

이번 기회에 행정당국과 관계기관은 제주문화예술 관련시설 및 인력의 활용도를 점검해보기 바란다. 도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시설 뿐 아니라 인적자원 등 제주특별자치도가 확보해놓은 이 분야의 자산 가치를 평가해볼 일이다. 문화예술 인프라 파악에서 얻어지는 소득은 단순한 숫자나 수치가 아닌, 도민의 보다나은 지속가능한 삶으로 인도하는 지표상의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하여 당국은 그 활용도에 따라 적정배분하고 있다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미래를 충분하게 예측한 결과를 토대로 관련 자산을 파악해 달라는 뜻있는 도민의 여론이 비등하니,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옛 말을 상기하기 바란다.

<한림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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