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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휴일에도 공공시설 화장실을 열어야 하는 이유

칼럼

by 한라산한란 2009. 4. 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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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칼럼>휴일에도 공공시설 화장실을 열어야 하는 이유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유료 공중 화장실이 없었던

삼십여 년도 더 된 일이다.

유럽엘 가면 가장 불편한 점이 바로 유료 공중 화장실을

써야 하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동전을 바꿔야 하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동전을 넣어야 화장실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 공항의 무인유료공중화장실은 거의 전부가 다

동전을 넣어야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시내에는 직접 수금원이 있어서 지폐도 사용이 가능했고

길가의 건물들은 다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어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

한 번은 공항에서 짐도 다 찾기 전에 용변이 급했다.

무조건 화장실로 달려갔다.

막상 화장실 문을 열려니 동전이 한 푼도 없어서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댈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용변을 마치고 나오던 한 사람이

내 난처한 표정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 사람이 문밖으로 나와서는 문을 붙잡고 서서

내게 어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고맙던지!

모든 것에 철저하기로 소문난 독일의 공항에서 약간 편법이긴 하지만

그런 호의를 받으니 정말 기분 좋았다.

그 기억은 오래 내 마음에 남아 유럽에 가면 무인유료공중화장실을 쓸 때마다

혹시라도 내 뒤에 동전이 없는 급한 볼 일이 있는 사람이

대기 중인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세계를 휩쓴 경제 위기의 여파로 제주섬에는

내외국의 관광객이 적잖이 몰려든다.

덕분에 제주의 관광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일부 공원이나 야외 공공시설 화장실 문이

휴일에는 굳게 닫혀 있다.
제주시 ‘4.3기념공원’의 야외 화장실이 그 예다.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휴일에는 그 공원 야외 시설을 관리하는 이들이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자가 없어서 잠가놓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 공원도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기념관 내의 실내 화장실은 개방하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할지 몰라서 덧붙인다.

야외시설을 돌아보다보면  멀리 떨어진 실내 화장실을 찾아

사용할 여유가 없는 이들도 많다.

휴일에 관리자가 없어 개방하지 못한다고 하기 전에

독일처럼 동전을 넣고 문을 여닫는 시스템을 도입해서라도

편의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선진 관광지는 큰 것에서만 이룩되는 게 아니다.
방문자가 쓰고 싶을 때 언제라도 편하게 사용 가능한

화장실을 갖추어 놓는 것,

거기서부터 선진 관광지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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