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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by 한라산한란 2008. 2. 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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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날짜 : 2008. 02.21. 00:00:00

이즈음 제주지역의 신문을 펼치면 매일, 이를테면 '인물의 양극화 현상'을 뚜렷이 실감한다. 며칠 후로 다가오는 '이명박정부'의 각료로 발탁되어 회자되는 명단에 '제주사람' 가뭄이 심하게 들었음을 절절히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마치 대한(大旱)에 물통이 말라붙어 거북등짝 갈라지듯이 우리 제주로서는 조갈(燥渴)이 심하기 이를 데 없다. 무턱대고 제주를 홀대한다고 해봐야 따 논 당상인 타 지역에는 고작 볼멘소리로나 들리기 십상일 터이다. 하기야 대선이 끝나자마자 제주지역 언론이 앞다투어 척박한 '제주사람밭'을 헤집고 억지로 몇 분 씨톨을 심어 움튼 싹이 없지는 않았으되 결국에는 '닮암직한 이' 한 사람 대통령당선인의 눈에 들지 못하였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가하면 한 편으로는 4월 9일 치러지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양으로 너도나도 말안장을 미리부터 말 등에 얹어놓고 공천을 기다리거나 일찌감치 무소속으로 얼굴을 내민 인물들이 그토록 화려하고 수적으로도 풍요롭다 못해 인물홍수가 난 듯 하다.

그 홍수난 인물들이 자신의 적임성을 설파하는 것을 보면 제주의 미래가 인물난으로 허덕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심지어 일가붙이의 역할을 들먹이며 자신이야말로 제주의 현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다짐에서부터 '웃는 제주를 위하여' 한 몸 바칠 것을 선언하고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18대 국회의원 출마에 즈음하여 선언한 바, 그 역할을 할 기회가 이전에도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굳이 그렇게 하겠다는 의도를 모르지 않으니, 앞으로는 그들이 하는 지, 하지 않는 지 지켜보고 따질 일이다. 어떻든 이 양극화 현상을 뒤집어 다시 보면, 제주에 대통령을 도와 국가를 경영할 인재는 없어도 지역을 대표하여 국사를 논할 인물은 부지기수로 수두룩하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당치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하여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인물을 골라 쓸 수 있다는 옛말은 현 시점에서는 예전과 같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함을 누구나 다 알 터이다. 이제는 더욱 더 소수정예주의(少數精銳主義)에 입각하여 필요한 인물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시키는 가장 쉽고 또 확실한 방법은, 그 면면을 잘 알고 있는 가까운 인물들을 차곡차곡 '수첩에 수록해 두고 있음'을 전제한다. 그 리스트에 인재로 올라 있으려면 '저 사람을 놓칠 수 없다'고 탐낼 정도의 인물로서 어떤 기회가 우연이든 필연이든 닿아서 리더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필수인 것 같다. 참여정부 시절 내내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말거리가 되었던, '코드 인사'는 이 소수정예주의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낸 하나의 사례이다.

이명박정부라고 하여 소위 '코드'에 맞춘 인재기용이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인수위원회를 봐도 이 예상은 그리 빗나가지 않을 것임을 미뤄 짐작하게 한다. 어쩌다 있었던 예외적인 한 두 사례를 제외하면 국무위원은 '대통령의 사람들'이 맡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옛 제주 선인들이 남긴 격언 가운데, "사람과 쪽박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써도 그만" 이라는 말이 있다. 꼭 쓸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이다. 국무위원을 전국에서 국회의원 뽑아 올리듯이 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우리 권한 밖이니, 새 정부에도 제주는 소외당하였다고 주눅 들지 말자는 생각을 문득 해 봤다. <한림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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