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에 대한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윤석열 파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더 많은 정의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자!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언제까지 인내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끝없는 기다림의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토록 기다리던 헌법재판소의 일성을 듣게 되었다.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위헌적 계엄 선포로 온 나라가 뒤집어진 지 123일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떠올려보자. 나라를 지켜야 할 군대가 국회에 난입하고,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해 선거 기록을 강탈하려 했다. 숨 가빴던 계엄 해제와 그 뒤를 이은 윤석열의 체포 거부는 현직 대통령의 법체계 부정이라는 초유의 광경을 연출했다. 극우 정당 ‘국민의힘’과 극우 기독교 세력, 극우 유튜버와 반동 언론의 농간에 휘둘린 폭도는 서부지법을 폭력적으로 파괴했고, 이를 지켜보던 대중은 공포심에 사로잡혀야 했다. 내란에 야합한 검찰은 초법적인 궤변으로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했고, 그가 개선 행진이라도 하듯 손을 흔들며 관저로 돌아가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아야 했다. “이번 주에는 꼭, 다음 주에는 반드시……” 매주 하루하루를 희망과 절망으로 뒤섞인 채 우리는 헌재의 선고를 기다려왔다. 기대와 염원만큼이나 울분과 분노, 원망 어린 목소리가 속 깊이 잠겨 드는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또한 기억해 보자. 지난겨울, 유난히 추웠던 저 계절을 우리는 서로에 대한 긍정과 배려, 연대의 정신으로 버텨냈다. 비열한 습격과도 같던 계엄의 밤은 자기 한 몸 돌보지 않은 채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의 힘으로 분쇄되었고, 동학군의 진공 작전을 방불케 했던 남태령의 트랙터 농민들은 혹한을 무릅쓰고 달려온 청년들과 뜨겁게 두 손을 맞잡아 그 밤의 승리를 만들었다. 윤석열의 체포를 촉구하며 관저 앞에서 농성하던 여성과 청년, 시민 모두는 얇은 은박지 담요 하나에 의지한 채 폭설을 녹여내고 다사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탄핵 인용이 있기까지 생업과 학업, 일상을 제쳐두고 매일 광화문으로 집결했던 우리는 힘찬 연대의 목소리로 내란 세력의 척결과 법적 심판, 정의의 구현을 노래하며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저 작지만 위대한 승리들이 하나씩 쌓여 드디어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이끌어냈다. 우리가 흘린 눈물과 땀방울 없이, 목이 터지도록 외치던 목소리 없이, 얼어붙을 듯한 추위를 간신히 지탱해 주던 서로의 온기 없이, 곁에 선 누군가가 어제와 오늘처럼 내일도 함께 해 주리라는 믿음 없이 이 승리의 순간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결코, 그럴 리 없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을 이끌던 생각과 행동, 희생에 합당한 승리를 누리는 중이다.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우리를 일으켜 세운 눈물과 땀방울, 목소리와 온기, 믿음을 통해 우리는 다시 내일로 모레로, 저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의 승리가 우리의 희망을 전부 이룬 것은 아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멈춤 없이 견고하게 더 많은 정의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자! 윤석열 정권의 본질은 반민중적 검찰 독재 정권이다. 이 폭압적인 정권은 탄생부터 사회적 갈등을 세력 확장의 먹이로 악용해 왔다. 정적에 대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영장 청구, 검찰 기소는 법의 이름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었고, 보수 우익 언론과 결탁한 가짜 뉴스와 흙탕물 선동은 대중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했다. 여성과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경멸로 시민을 분열시켰고, 민주 공화국의 정론을 거꾸러뜨리기 위해 억지춘향의 ‘자유’를 선동해 왔다. 일제에 항거하던 독립의 영웅들을 적이라 부르고 타매하길 서슴지 않았으며, 동아시아 안보를 핑계 댄 허울 좋은 동맹을 운운하며 공동체에 대한 반역사적 매판 행위를 자행했다. 정치가 실종된 틈에서 경제는 점점 자립성을 잃고 서민경제가 파탄 났으며, 국방은 미국과 일본의 전략에 부속물처럼 이용당하며 속국화되었다. 오로지 검찰 정권의 유지와 보존에 혈안이 된 윤석열과 그 일당은 전쟁까지 획책하면서 이 땅의 전 민중을 죽음의 피바람 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술수를 부렸다. 12.3 계엄은 이 모든 것의 총합이자 귀결인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국가폭력 정권을 영구화하는 첫 발자국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가진 자의 권익만을 보호하는 현대판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다. 극우 종교 파시즘에 기대어 내전에 가까운 시민 갈등을 획책하고, 온갖 배외주의적 가짜 뉴스로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며, 성실한 노동자 대중을 탄압함으로써 모든 사회적 평등을 파괴하는 이 정권을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 모두를 이제 되돌려야 한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고, 망가진 것을 복원하며, 쓰러진 자를 일으켜 세워 폐허의 대지 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고 민주주의다.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윤석열 집권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우리는 똑똑히 목격해 왔다. 무엇이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고, 또한 거꾸러뜨려 절망과 좌절의 시간 속에 가두는지를. 이제 우리를 주저앉혔던 모든 것과 다시 싸우고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권력의 노예가 되어 민중 위에 군림하던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박탈해야 한다. 정의의 법리로 민중에게 봉사하도록 검찰을 재수립해야 할 때다. 허구의 중립을 내세우며 권력에 편승해 왔던 언론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수구 보수의 사익을 다수 대중의 이익처럼 포장하고 가짜 뉴스를 제조하던 언론은 건전한 시민 공동체의 눈과 귀, 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종교의 자유를 무소불위의 권능처럼 앞세워 분열과 폭력을 선동해 온 극우 기독교의 전횡 또한 공동체의 보편적 정의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 종교적 편향과 그로 인한 폭력의 주술로부터 이 땅을 해방시켜야 한다. 누구나 평등한 민주 시민 사회에서 생각과 감정, 성적 지향의 자유를 부정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엄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윤석열의 쿠데타로 명확히 드러난 극우 정치 집단 ‘국민의힘’은 반사회적 부패 세력임을 자인했기에 신속히 해체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정의와 민주주의보다 자신들의 권력욕을 우선하고 민중 공동체 전체를 독재의 수렁에 빠뜨리려 했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민주 공화국 수립 이래 지속적으로 반민중적이고 반역사적인 사익을 추구해 온 ‘국민의힘’을 비롯해서, 전체주의적 독재 세력에 기생하던 극우 패거리의 행동을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더 많은 정의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자. 윤석열의 쿠데타에 대한 내란 및 외환죄에 대한 형사적 절차를 밟아가자. 신중하고도 단호하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그들의 죗값을 묻는 일에 철저한 지지를 보내자. 검찰 해체와 언론 개혁, 극우 종파의 해체, 국민의힘 해산을 추진하자. 그리고 더 많은 정의를 위해,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자. 인권과 보편적 복지를 확장하자. 노동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확대하자. 평화에 기반한 자주적인 외교와 통일 정책을 추진하자.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훼손하는 모든 전체주의 파시스트 세력에 단호하게 대처하자. 윤석열 파면이라는 오늘의 승리는 먼 도정의 한고비일 뿐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승리로부터 다음의 승리가, 더 나은 삶과 공동체를 위한 승리가 시작된다는 것을. 더 많은 정의와 더 많은 민주주의가 펼쳐질 미래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더욱더 과감히 요구하자. 무엇을 할 것인가? 더 많은 정의를,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해 지금부터 다시 전진해야 한다. 2025년 4월 4일 한국작가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