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알고 싶다
입력날짜 : 2011. 09.08. 00:00:00
요즘 들어 쓰는 게 너무 어렵다. 제주도에서 시골작가로 살아가기가 죽기보다 어렵다. 어쩌다 이렇게 칼럼 한 꼭지를 써야 하는 경우에도 도무지 글발이 서지 않는다. 양심에 비추어 꼭 써야 한다는 소신은 있으되 두 가지 이상의 불명확한 가치가 충돌하면 그에 대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게 쉽지 않다.
며칠 동안 '안철수 신드롬'이라고 명명되어 시정을 달구기 시작할 무렵, 그 당사자인 안철수 교수의 소신 있는 한 마디가 인터넷의 지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지식인이라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비판해야 한다. 대안 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비열한 논리이다. 시민은 자유롭게 비판하고 시민이 월급을 주는 공무원과 정치권이 대안을 마련하면 되는 것" 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딱 부러지게 규정지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신껏 자기주장을 뚜렷이 표출해낼 수 있는 사람, 그런 지식인은 정말 대인이다 싶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지식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인 제주특별자치도민'의 삶터 강정마을이 깊은 수렁에 빠진 현황에 대하여도 명쾌한 비판의식과 논리를 적용, 그 나락에서 구해낼 해법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보다 먼저 규명되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 있다.
9월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제주해군기지 사업 조사소위원회가 제시한 자칫 누가 글 장난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관련 두 문건의 차이와 그 실체를 어떻게 파악해야 정확한가.
강정마을에 강제시설 중인 국책사업은 국방부 문건의 표제인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를 시설하는 것인가, 국토해양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문건의 표제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는 것인가?
전자의 괄호 있음의 표제와 후자의 전자에 전제된 괄호 안의 명제를 나열한 표제는 같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르게 실체가 나타날 수 있다. 그 의미와 뜻과 그에 따른 해석은 장차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차이를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이 이중문건이 내포한 그 뜻을 이렇게 해설해 댓글을 달고 있었다. "군항은 시설을 뜻하고 기항지는 시설보다는 위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군항이 주고 민항은 부가로 보는 게 (그 의미 상)정당하다" 고. 이에 또 다른 네티즌은 보다 쉽게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버스터미널은 시설이고 버스정거장은 위치"이니 이를 비춰보면 알게 아니냐고.
김황식 총리가 "민주주의는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뜻을 모으고 다수 결정에 소수가 따르고 소수 입장을 참고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법적 절차를 벗어나 물리력에 의존한 의견 표출은 어느 경우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고 국무회의에서 '강정마을 사태'에 대해 했다는 발언이 또 그 가치의 혼돈을 야기한다.
정말로 합리적으로 의견을 구했던가? 소수의 입장이 배려되었던가? 분명 9월 2일 새벽, 강정마을에 공권력을 투입, 물리력을 행사한 건 국가이다.
튼실한 나라를 지향하여 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게 국민 된 도리라면 그에 못지않게 국가는 국민이 당연히 누릴 권리인 평화가 보장된 삶을 살아가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마땅하다. 어떤 경우에라도 명심할 것은, 지속가능한 평화의 보장 한계를 힘에 과도하게 의지하여 설정하여도 군부독재시절에서 체험했던 바와 같이 국민은 그 가치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림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