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 칼럼09929
명절은 이 시대에 무엇인가
한림화
다가오는 금요일, 10월 3일은 한가위 명절입니다.
한가위 명절은 신라시대에 귀족여성들이 비단을 짜는 행사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이 농업이었을 때는 일종의 ‘추수감사절’과 같은 명절로 시정에 회자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절기를 따진다면 가을걷이와는 무관한 명절입니다. 아무래도 가을이 깊이 들어야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우리네 농가월령으로 보면 음력 팔월보름에 추수감사절 행사를 가지는 자체가 좀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제주도에서는 조상의 묘소를 돌보는 ‘소분’행사가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든 생 솔잎 뜯어다가 햅쌀로 빚은 송편과 시루떡을 찌고 풋과일도 ‘웃봉’으로 따서 명절상을 차리니,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고 온 민족이 마음을 모았던 날이니 역시 한가위 명절날은 풍요로움의 상징이 된 듯 합니다.
그러면 이 시대의 한가위 명절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할까요? 그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 그 명절의 의미가 아직도 우리에게 유의미 할까요? 우리나라의 기간산업도 더 이상은 농업이 아닙니다. 또한 일반국민 대다수는 종교도 다름으로 순전히 조상을 공경하는 제례기간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휴가를 정하는 것도 다소 모순이 있어 보입니다.
미풍양속이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명절이니 그냥 지나가자고 한다면 딱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이러한 명절이 알게 모르게 주민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흩어졌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조상의 산소를 돌보고 같이 하늘에 감사하며 명절을 지내는 긍정적인 효과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죠. 없는 사람들에게, 더구나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가진 게 변변하지 못하여 이러한 명절이 가지는 의미에 동참하지 못했을 때의 심정은 매우 아프고 결과적으로는 박탈감에 피폐해지겠죠?
시대에 맞게 명절도 새롭게 구성되는 건 어떨까하고 막연히 없는 자, 실향민의 입장에서 이 한가위를 생각해봤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