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을 반쯤만 걸어올라가도 형제섬은 눈 아래 오도마니 앉는다.
송악산의 가파른 분화구도 절벽도 거침없이 오르내리는 염소야 어쩌지 못하는 생명체, 보석처럼 어디에나 싸질러 놓은 염소똥을 보석으로 바꾸어 시를 줄줄이 꿰어내는 시인 이애자.
이 시인이 천연덕스럽게 꿰어놓은 염소똥에는 저멀리 한라산 하나로 나앉은 우리 제주섬이 마음 한가운데를 질러 뜨겁게 빛을 발한다.
저 처연하게 올려다보는 시인의 절울이 정상은 움푹 패어 멀리 태고적 이야기를 해댄다.
거친 바람에 머리 흩날리도록 맡겨두고 저만치 앞서서 뷰파인더에 정신앗긴 나를 본다.
나도 문득 시인이 보는 없는 절울이 정상에 넋을 앗긴다.
바람은 우리를 쓸어 바다에 수장하겠노라 으름장 놓는다.
이 산이 이미 그 비극에 붉게 물들다 겨워 정상을 파 저 바다로 내던진지 언제였던가,
그 시절을 나는 기억하기 싫다.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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