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오름 답사 보고서
(1) 일 시 : 2008. 11. 1(토). 08:00~12:00
(2) 답 사 지 : 서귀포시의 오름(시오름)
(3) 주 제 : 오름과 문학
(4) 보고담당 : 제4조(조장 - 고진희, 조원 -고태수, 장미숙, 강정숙, 좌정열)
1. 오름과 문학
오름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인의 생활 터전이다. 문학이 언어를 사용하여 인간의 삶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 점에서 제주와 관련된 문학이 제주 섬의 이야기를 주제나 소재, 배경으로 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그 중심에는 한라산이 있고 오름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4․3사건을 다룬 한림화의 장편 ‘한라산의 노을’이나 현기영의 ‘한라산’, 그리고 오성찬의 ‘한라산’이 그것이며 오름의 전설을 취재하여 글을 쓰기도 하고 감흥의 느낌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오영호의 ‘화산도, 오름 오르다’라는 시집과 고남수의 사진에 수필을 담은 이성복 시인의 사진 에세이집 ‘오름 오르다’, 배병우의 사진에 황학주 시인이 수필을 담은 ‘고향 : 꽃, 바다, 바위, 소나무, 숲, 오름’이라는 긴 제목의 사진 에세이집, 고병용의 시집, ‘비치미오름에 핀 겨울 들꽃’, 아동문학가 박재형이 쓴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등이 있다.
이렇듯 한라산과 오름에 대한 글쓰기는 그것을 시대적 사건의 배경으로 채택하거나 전설을 소재로 쓸 수도 있고, 또 오름을 자연의 하나로 보아 어쩌면 작은 들꽃에서 느끼는 자연에 관한 경외감이라든가 생명의 소중함, 또 환경 보존에 관한 것 등 여러 가지 글감으로 활용한다. 또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계절의 감각이나 세상을 떠나 오름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해도 좋고, 하다못해 조용한 오름 숲을 글을 쓰기 위한 사색의 장소로 활용해도 그만이다.
또한 오름을 오르는 길을 인생길에 비유할 수도 있고, 오름에서 본 것 중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할 수도 있다. 또 오름의 오솔길을 걷다 오랜만에 만난 식물에서 옛일을 회상하는 글이 나오고, 오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행문 형식의 수필로 써보면 어떨까? 시인들은 아름다운 꽃 이름이나 꽃의 맵시에서 시의 모티프를 찾아 한 편의 고운 시를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름 예찬’에서 작가는 오름에 부는 바람을 통해 삶의 괴로움과 지친 모습을 날려버리고자 했으며, 계절별로 바뀌는 형형색색의 오름의 빛깔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고자 했고, 또한 소멸과 생성을 순환하는 오름의 생명 소리로 각박한 도시 소음에서 빈약해져만 가는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고자 하였다.
또한 ‘민오름’ 이라는 시에서 작가는 오름을 망자와 산자가 교차 되어지는 공간으로 표현하였으며 그곳에 이별의 슬픔과 애틋한 추억이 공존함을 말하고자 하였다.
2. 옛 서귀포시의 오름들(37개)
각시바위(각수바우, 호근동) 갯거리오름(갯그르, 대포동) 거린사슴(대포동) 고근산(호근산, 서호동) 구산봉(개오름, 하원동) 궁산(활오름, 강정동) 녹하지악(중문동) 다래오름(중문동) 더데오름(가가악, 상예동) 망밭(서호동) 모라이악(모라지, 색달동) 미악산(쌀오름, 동홍동) 민머루오름(중문동) 방애오름(동홍동) 법정악(법정이, 하원동) 베릿네오름(성천봉, 중문동) 보롬이(하논火口丘, 서홍동) 볼래오름(하원동) 삼매봉(삼미봉, 서홍동) 삼형제 (남쪽Ⅰ, 색달동) 삼형제 (남쪽Ⅱ, 색달동) 설오름(서리오름, 신효동) 시오름(숫오름, 서홍동) 알방애오름(동홍동) 어점이악(도순동) 영천악(영천오름, 상효동) 오백나한(영실오름, 하원동) 왕오름(중문동) 우보악(우보름, 색달동) 웃방애오름(동홍동) 월라산(도라미, 신효동) 월산봉(강정동) 인정오름(토평동) 장오름(중문동) 제지기오름(절오름, 보목동) 칡오름(상효동) 하논(하논마-르, 호근동)
(1) 시오름(수컷오름, 숫오름, 雄岳)
① 소재 : 서귀포시 서홍동 산1번지
② 현황 : 표고 757.8m, 비고 118m, 둘레 2,046m, 면적 276,280㎡, 저경 757m
③ 특징 : 분화구가 없고 남북으로 다소 긴 등성마루에 봉우리가 도도록이 솟아 있다. 분화구 없는 오롯한 원추형이 이 오름의 특색인데, 오름 이름부터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계곡을 낀 서쪽은 급사면을 이루고, 이 계곡은 시오름 북쪽에서 발원, 시오름∼고근산 서쪽을 돌아서 강정교를 거치는 아끈내의 상류이다.
④ 식생 : 잡목림 숲을 헤쳐 가다 보면 중간 중간에 소나무와 섞인 혼재림이 나타나고 냇가를 중심으로 자연림이 무성하며, 송전 철탑 주변에는 나무를 베어버려 억새나 잡초가 무성하다. 곳곳에 삼나무를 심었는데, 50년 이상 된 것들도 있다. 정상 못 미친 곳까지 삼나무가 심어진 곳이 있으며, 정상에는 서귀포시를 향하여 전파를 뿌리는 안테나 시설인 산림보호 간판이 자리 잡고 있다.
⑤ 이름의 유래 : 제주도 오름과 마을 이름(오창명, 1998,) - 쉬오롬 · 수오롬/藪岳>수오롬/雄岳>쉬오름
‘수(藪)’는 '수ㅎ· 숩>숲'의 제주도방언 '술' 또는 변음 '쉬'의 훈독자 표기, ‘웅(雄)’은 '수·수ㅎ'의 변음 '쉬'의 훈가자 표기. 대부분 분화구가 없는 오름이라는 데서 '수오롬' 또는 '숫오롬, 수컷오롬'이라 하던 것이 '시오롬'으로 변한 것이라 하나, ‘수(藪)’의 표기로 볼 때, 숲을 이룬 오름이라는 데서 '수ㅎ오롬'이라 하고, 민간에서 '쉬오롬, 수오롬, 숫오롬'이라 하면서 한자 표기 수악(雄嶽)으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시오롬'은 '수ㅎ오롬'의 변음으로 보인다.
⑥ 가는 길 : 제2횡단도로(1100도로)에서 제2산록도로(회수∼영천구간)를 따라 동쪽으로 약 5.7km 지점에 한라산 방향으로 표고밭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 가면 오름에 이른다. 들어갈 때는 철탑을 살펴 가면 된다.
3. 답사 소감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억새꽃이 피어있는 평화로를 시원스레 달리다 제1산록도로에 들어서서 출발한 지 40분 정도 걸려 시오름 입구에 도착하였다. 길을 잘못 든 동료들의 차를 기다리며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한다. 달콤새콤한 ‘머루’도 보이고, 사스레피, 가막살나무, 오리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정동모자를 만드는 댕댕이덩굴은 까맣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열매를 달고 있다. 참마는 잎이 가늘고 길며, 단풍마는 잎사귀가 단풍잎처럼 생겼는데 넓고 노란 단풍이 예쁘게 들고, 참마는 잎겨드랑이에 열매처럼 육아를 달고 있는데, 매우 작고 동글동글한 게 작은 감자같이 생겼다.
또한 비목나무는 두 개의 눈을 갖고 있었는데 겨울눈은 길쭉하게 생겼고 꽃눈은 동그랗게 달려 있다. 가막살나무는 갓 시집온 새색시 마냥 수줍은 듯 붉은 얼굴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어 오름을 오르는 나그네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TV 속 ‘전설의 고향’에 보면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사경을 헤매는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에 거친 산야를 헤집으며 구해왔다는 겨울딸기 ‘한탈’도 보인다.
9시 30분경 길을 잘못 든 일행들과 합류하여 가을이 주는 여유로움과 자연의 향내를 느끼며 오름으로 가기 시작하였다. 비목나무에는 담쟁이 넝쿨이 휘감겨 원래 제 몸인 양 빨갛게 단풍이 들어 너스레를 떨며 있었고, 붉게 물든 산딸나무와 사람주나무, 빨갛고 조그만 열매를 달고 있는 팥배나무, 산벚나무, 서어나무, 말오줌때도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가을을 희롱하듯 제각기 맵시를 뽐내고 있다.
푸른 하늘 위로 걸려있는 전선줄 위에 웬 농구공(?)이 보였는데 알고 보니 헬기들이 전깃줄을 잘 모르고 부딪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철탑과 철탑 사이에 표시를 해놓은 거란다. 동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지를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쭈욱 가면 시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가도 가도 숲인 곳! 삼림욕을 하기에 딱 이보다 더 좋은 오름은 어디에도 없을까 싶다. 도토리가 너무 많이 떨어져 다람쥐도 포기(?)하고 버리고 간 모양인지 아쉬워 그냥 갈 수 없다는 정연숙 님의 애절한 목소리에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10분 동안 도토리를 주우면 다음 주에 막걸리와 도토리묵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괘씸한(?) 계획에 동조를 하면서 간만에 모두들 가을 소풍 온 초등학교 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워하며 도토리를 주어 모았다.
누리장나무는 여름 내내 그 괴팍한 꽃내음이 미안했는지 지금은 까만 열매가 꼭 흑진주같이 빨간 진분홍 주머니에 안겨 있다. 정상부근에 서귀포시를 향해 전파를 보내는 안테나 시설인 산림보호 간판은 강한 바람에 날라 갔는지 찌그러져 있었고, 조금 돌아가다 보니 약간의 조망이 확보되는 곳에서 보이는 한라산의 누워있는 듯한 웅장한 모습은 가슴을 파고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 모습이 사람 얼굴 같다며 어느 쪽이 이마인지, 머리카락인지, 의견이 분분하더니 먹을 음식 앞에서 호기심은 금세 사라지고 또한 음식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금세 없어진다. 오름의 멋진 풍경을 안고 호사(?)스런 음식을 먹고 나서 선생님의 문학에 대한 강의는 시작되었다. 초록빛 벨벳 카펫에서 듣는 선생님이 문학 이야기는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오름에 오면 어느 누구든 감정적이고 감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또한 모두가 시 한 줄 읊을 줄 알고 높은 하늘과 수많은 생명을 생각할 줄 안다고, 그래서 그 속에서 문학은 숨 쉬고 동반자로 나아간다고….
선생님이 오름과 문학에 대한 강의나 시를 낭독하는 낭랑한 목소리는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섞여 우리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시오름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스며들며 기쁨의 미소를 머금게 한다. 사람의 향기나 멋스러움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담금질하여 밖으로 표출되는지에 따라 달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순간이 왜 이렇게 행복해지는 걸까?
행복이 여신이 나를 감싸 안듯 따스하다.
4. 답사 사진
억새 사이로 보이는 맑고 해사한 얼굴들
선생님의 시낭송 중 - 모두 시심(詩心)에 취하여
도토리를 주워 모아 도토리묵을 먹을 욕심으로
한창 공사 중인 길을 따라 숲으로
가막살나무 열매의 탐스런 모습
사위질빵 열매가 익어 비상을 꿈꾸고
누리장나무에 매달린 보석들
겨울딸기의 예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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