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칼럼09804]‘그 드신 손이 어찌 내려지겠는가.’
제주cbs칼럼09804
‘그 드신 손이 어찌 내려지겠는가.’
한 림 화<작가>
법은 사람 사는 사회에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제도입니다. 그런데도 예로부터 세상에는 법이 권력의 힘을 강화시키고, 부당함을 정당화 시키고, 보편적인 가치는 무시하고, 특수한 계급을 떠받드는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 때문에 권력 없고 경제력이 약한 일반인의 삶은 법이란 제도로 설치된 질곡으로 끝없이 추락할 뿐입니다.
법에는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는 이분법적인 공식만 있을 뿐, 정당하게 빗겨갈 제삼의 탈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인류를 구원할 예수가 오심을 예언한 구약성서의 이사야 선지자를 모르는 이 드물 겁니다. 이사야는 살아생전에 권력을 향하여 쓴 소리를 모질게 한 선지자로도 유명합니다. 이사야서 10장에는 있는 자들 편에 서서 끊임없이 저들만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그 법을 내세워 잇속을 챙기고, 이를 정당화하는 권력자들을 향하여 노골적으로 그 부당함을 꾸짖는 대목이 있습니다.
악법을 제정하는 자들아,
양민을 괴롭히는 법령을 만드는 자들아!
너희가 영세민의 정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내가 아끼는 백성을 천대하여 그 권리를 짓밟으며
과부들의 재산을 털고 고아들을 등쳐먹는구나. <이사야서 10장 1-2절>
이사야 선지자가 몇 천 년 전 유대에서가 아니라 마치 이즈음의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국회,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 옆에서 들러리 서 주는 언론과 그 정당성을 담보해주는 학자들의 행태를 보고 참지 못하여 분노를 터뜨리는 것 같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단계제도개선핵심과제’속에 카지노설립, 영리병원설립 등 도민 사회에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대두된 것들을 끼워 넣어서 하나의 사안처럼 위장한 후 도의회에 일괄 제출하여 무더기 통과를 관철시켰습니다. 이에 동참한 이들은, “나는 나의 힘 있는 손으로 이것을 이루었다. 나의 지혜로 이것을 이루었다”<10:13>라고, “지팡이가 들고 다니는 사람을 움직이기나 할 듯이”<10:15> 그 행위를 스스로 자랑하고 으스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그 부당한 행위가 공정한 이의 “드신 손을 내리시지 않는다”는 진리 앞에는 한없이 무력하다는 악법론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