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칼럼]제주도가 지켜야 할 것들 4. 상부상조 정신
제주cbs칼럼090610
제주도가 지켜야 할 것들 4. 상부상조정신
한 림 화<작가>
예전, 제주사회는 매우 맑아 투명한 사회였습니다. 마치 거울 같았다고나 할까요, 사회전반에 걸쳐 숨겨진 부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부정하게 그 무엇을 가질 수도 없었고 부당하게 남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없었으며 불편하게 그 누구의 삶을 훼방 놓지 못했습니다. 그럼으로 사람 사는 사회가 보편적이고 평등하고 조화로웠습니다. 이렇게, 툭 터놓고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상부상조 정신이 짙게 깔려있었습니다. 제주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널리 보급되어 애용되는 접, 혹은 계가 그 좋은 예입니다.
갑자기 집안에 상을 당하여도 접과 계만 모이면 장례에 필요한 온갖 물품이 일시에 조달 가능하였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계와 접 구성원들이 다 모여들어 자신의 특기와 능력에 따라 경황없는 상주를 대신하여 장례를 차근차근 주관해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나갔던 것입니다.
지금처럼 한국사회에 교육열이 과다하기 이전에는 제주도가 가장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역시 접과 계가 뒷심이 되어준 덕분이었습니다. 부녀자들이 쌀 한 숟가락을 덜어내어 비축하는 ‘냥대바지’는 쌀접으로 모여지고 필요한 때에 쌀가마니로 되돌아와 자녀들 학자금이 되어 주었습니다. 하루에 달걀 한 알씩 모인 것이 수많은 닭으로 되돌아와 자녀의 학용품과 학비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니 정말로 학비가 없어서 학업을 중간에 중단하는 이가 드물었습니다.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누구에게 닥쳤든, 서로가 서로의 형편을 살펴 사람살이를 돕는 든든한 각종 계와 접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입니다. 이렇듯 전통적인 제주사회는 매우 합리적이고도 서로를 배려하는, 숨김이 없는 공동체 유지 장치가 제대로 가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평화의 섬 제주’사회를 구축하여 대문 없고, 도둑 없고, 거지 없는 삼무정신의 주춧돌로 놓였습니다.
그런데, 이즈음 제주사회는 너무 흐려 본질이 들여다보이지 않습니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 라고 혼탁한 이 사회를 합리화합니다.
특히 지방정부의 솔직하지 못한 행정으로 인해 제주사회는 심히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패거리는 있으되 공동체를 행복하게 아우르는 상부상조 정신은 잃어버렸습니다. 문득 살기 좋은 제주사회를 복원하는 지름길은 상부상조 정신을 복구하는 데 있지 않을까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