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컷칼럼]제주올레에 깃든 제주인의 배려

한라산한란 2009. 4. 16. 17:24

                     <노컷칼럼>제주올레에 깃든 제주인의 배려


 

1970년대 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제창하여 우리나라 전역에 들불처럼

번졌던 새마을 운동이 있다.

그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번질 때는 온 종일, 온 나라의 스피커에서

새마을운동 노래가,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라며

우렁차게 울려 퍼지곤 했다.

그 때, 노래 가사 그대로 제주도의 주민 사용 공간도 거의 다 바뀌었다.

그렇게 제주도의 생활공간이 대 변신을 할 그 격변의 시기에도

제주의 전통가옥 구조의 일부인 ‘올레’는 비교적 건재했었다.

올레는 길에서부터 집으로, 집에서부터 길로, 개인적인 공간에서

사회적인 공간으로, 사회적인 공간에서 개인적인 공간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한 번 꼬부라진 새 을(乙)자를 닮은 기다란 제주전통 가옥의 출입구를 일컫는다.

올레는 제주 전통가옥 그 어느 공간보다 무척 여유로운 공간이기도 했다.

길도 아니고 대문도 아니면서 드는 사람과 나는 사람이 다 같이 여유롭게 자세를 갖출 수 있는

제주도 전통가옥에서만 나타났던 출입구였다.

슬며시 꼬부라지다가 또 완만하게 휘어지는 올레의 구조상 방문객이 집에 당도하기까지는

방문목적을 스스로 확인해볼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데다,

바쁘게 길을 떠났다면 옷매무시를 다듬을 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집주인 쪽에서도 별로 반갑지 않은 방문객이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더라도

표정 관리할 정도의 마음을 다잡을 여유를 확보하게 될 정도로, 각 집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더라도

올레의 길이가 몇 백 미터에서 몇 십 미터는 너끈히 되었다.

이 올레는 출입구의 역할 외에도 바람길 몫을 톡톡히 해냈다.

어른 키 높이보다도 더 높게, 양 쪽으로 돌덩이를 벽처럼 쌓아올렸으되

구멍이 숭숭 뚫린 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제 아무리 세찬 바람도 이 올레 담에 부딪쳐 담 구멍을 통과하는 동안에 상당히 눅어

기세가 한 풀 꺾이게 되어 순해지곤 하는 자연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었다.

그 올레를 표방한 제주의 길을 걷는 트레킹 코스인 ‘제주올레 걷기’가 관광객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서귀포시는 올레코스 환경정비와 안전을 위한 우회코스를 개설하고

시범적으로 2개 구간의 포장도로를 대상으로 흙길 복원 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고 한다.

또한 ‘올레꾼들의 편의를 위해 기존 건물 화장실 개방 및 일부 지역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고

13개 구간에 올레 안내도, 지명, 진행코스, 거리, 화장실 표지판 등을 시설하는 데에

사업비 9억6100만원을 투입’하여 관광자원으로서의 인프라를 갖추겠다고 한다.

다 좋다.

꼭 필요한 시설이다.

다만, 그 인프라를 개설하면서 ‘올레꾼’들이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자 하는 제주의 고유한 자연환경을

훼손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길은 물론 인위적으로도 내지만 ‘올레꾼’들이 걷고 싶은 길은 예전 제주 전통가옥 구조의 백미인

‘올레’를 닮은 아늑하고 여유로운 자연스럽게 난 길이 아닐까?

자연을 이용한 관광자원화는 인위적인 요소가 최소화할 때 가장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을

관계당국과 ‘제주올레’ 관광프로그램 관계자는 참고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