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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은 언제나 행복해질까
한라산한란
2008. 11. 21. 17:29
세상이 슬플 때가 있다.
우연히 아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송악산 기슭에 갈 일이 생겼다.
어스름에 겨워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바다는 그 빛을 잃은 시각.
형제섬은 여전히 마주 보고 있었고
저만치 화순포구를 에두른 월라봉은 멀리 범섬과 섭섬을 이고 앉은 그대로 였다.
그러나 한라산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무엇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무엇을 보는 것이 두려웠을까, 무엇을 말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웠을까
사유에 묻혀 마음이 무거웠다.
서서히 내리는 어둠과 지는 하루를 아쉬운듯 맑아보려 애쓰는 하늘을 검게 덮고자 안간힘 쓰는 먹구름.
내일은 '밝은 해가 뜬다'. 위안하자.
송악산에 근무하는 시인 이애자님이 이삭주운 고구마를 따끈하게 구워놓은
진눈깨비 내리는 저녁 무렵.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