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목요논단08612

한라산한란 2008. 6. 12. 11:28

[목요논단]제주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입력날짜 : 2008. 06.12. 00:00:00

중국의 시골출신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謨)는 그의 첫 번째 작품 '붉은 수수밭'을 내놓자마자 세계의 영화계를 평정한 후 해마다 한두 편씩 걸작을 발표하는 비범한 영상예술가이다.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야외 대형 오페라 작품인 '투란토드'의 총연출을 맡아 그 진가를 우리에게도 드높여 보여줬던 경력도 있다.

그가 중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오지의 고도를 배경으로 관광문화상품인 '인상(印象)'시리즈를 상정하여 불황의 늪에 빠져들던 세계의 관광계를 한꺼번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중국 소수민족들의 오랜 전통이 진득하니 밴 삶의 향기를 그 지역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무대로 삼아 지역주민이 대거 출연하여 거침없이 펼쳐놓는 초현대적 공연이 매일 밤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시리즈의 콘셉트는 중국의 자연경관과 소수민족의 전통문화를 압축하는 신화를 바탕으로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지며 세 지역에서 공연되고 있다. 나시족(納西族)의 고성으로 이미 오래전에 서양에까지 '잃어버린 지상낙원 샹그릴라'라고 알려진 리장(麗江)에서 설산을 배경으로 모계사회의 삶을 풀어낸 '인상리장'과 신비한 산수를 자랑하는 계림의 아주 작은 농촌마을 양숴에서는 장족의 신화이며 풍습이기도 한 음력 삼월삼질에 행해지는 청혼에다 신녀 류싼제(劉三姐)의 전설을 모티브로 설정한 '인상류싼제'와 대나무 뗏목을 띄우고 가마우지 목을 묶어 고기잡이 하는 어부들의 고향 저장 항저우의 씨후(西湖)에서 펼쳐지는 양산박 주영대의 사랑이야기인 '인상씨후'가 그것이다. 환상적인 빛, 웅장한 소리가 무대가 된 자연에 메아리치면서 단순한 배우들의 동작을 떠받들어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다.

이 산수무대극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이 느껴 잊혀지지 않은 감명'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느껴 알 정도이다.

남의 나라 관광문화 프로그램 한 가지 봤다고 부럽다 못해 경외심을 내비치며 마치 그 홍보대사나 되는 듯이 나열하는 속사정을 누가 알까 싶다. 그 세 곳 산수극장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본래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공연에 참여하여 벌어들이는 수입이 예전에 비해 수백 배가 늘었다는 자랑 앞에서 처량하게도 자존심이 무너졌다. '신들의 고향'인 우리 제주는 '담고망' 마다 신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차,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는 자괴감에 '배가 쓰리고 아팠다.' 몇 년 전에 탐라건국신화 중 벽랑국 세공주 입도를 '현지 공연'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도 무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저장성 지방정부가 '인상씨후'제작에 1억위안, 1천2백50만 달러를 기꺼이 장이머우에게 투자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는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초라함을 느꼈다.

지금 신유목민(New-Nomad)이라고도 부르는 '찾아가는 관광객'의 구미는 상당히 까다로워 아무리 유명하다는 관광지도 외면하기 일쑤다. 하지만 세계 관광계가 '중국 인상의 기적'이라고 칭찬을 아껴마지 않는 그것들처럼 차별화된 문화상품을 구비해 놓는다면 오지 말라고 말려도 온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실감했다.

우리 제주도는 무엇으로, 무슨 콘셉트로 '관광제주의 기적'을 이루려고 하는가. 제주관광공사가 설정한 향후 홍보 컨텐츠는 무엇인가. 알고 싶다. <한림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