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050428
입력날짜 : 2005.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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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제주도의 상징처럼이나 시정(市井)에 오랜 세월을 두고 회자되어온 제주여성이다. 그런데도 정작 제주여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직간접 시설이나 여성이 전용할 수 있는 시설은 매우 드문 편이다. 제주도 및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통틀어도 순수한 여성전용 공공시설은 제주도여성교육문화센터와 남제주군여성문화회관, 그리고 서귀포시평생학습센터(여성회관) 단 세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복지시설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여성취약계층을 위한 시설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다만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이 드문드문 있어 그나마 다소 보충을 하고 있다.
큰일에서 작은 일까지 이 제주섬살이에 제주여성이 나서지 않은 경우가 없고 손수 앞장서지 않은 일이 없는데도 정작 여성전용 시설 확충에는 제주사회가 대대적으로 거드는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감지하기 어렵다.
무려 4년여에 걸쳐 제주여성계가 숙원해 오고 있는 (가칭) ‘제주여성플라자’ 건설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열악한 전용시설의 확보에 근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가칭)‘제주여성플라자’로 거듭났으면 하고 ‘희망하는’ 제주여성교육문화센터는 69년도 10월에 개관한 이래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 시설이 시대에 맞추어 보강되거나 확충되는 등 새로이 건설되기는커녕 소위 리모델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머릿돌을 놓는 과정이 지난하기가, 건설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문화관광부가 BTL(민간자본유치)방식으로 추진되는 시설이니만치 ‘BTL 사업취지에 맞게 도민대상의 복합문화시설로 가되 ‘여성플라자’라는 명칭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고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더욱 앞길이 막막함을 실감한다. 더구나 BTL방식은 이후 상업적으로 운영된다는 단점도 대두된다.
이 시점에서는 여성전용 시설이 아니라면 구태여 제주여성을 근간으로 그 시설을 기획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엄연한 의미에서 더 이상 여성전용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의 땅’이라는 제주도에 반듯한 여성전용시설 하나 없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정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제주도 당국이 꼭 제주여성전용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굳은 각오와 의지만 있다면, 남제주군여성문화회관의 건립 사례에서 길을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국비와 도비와 군비 등 오로지 공공자금만을 투입하여 명실상부한 남제주지역의 여성전용 공공시설을 건립, 작년 4월에 개관하였다. 그 여성문화회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고 문화사업이 이뤄져 향유되고 있다. 흠이라면 숙박시설 등 부대시설이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수요가 발생한다면 그 시설도 충분히 고려할만한 터가 이미 확보되어 있다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벤치마킹해 볼만한 사례이다.
도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가칭)‘제주여성플라자’를 건립할 의지만 있다면 이에 투입되는 자금도 굳이 BTL방식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비 및 제주도의 복권사업으로 얻어지는 수익금 등 공공자금으로 그 건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21세기 지구촌을 아우르는 어젠더의 항목 중에 여성을 위한 배려가 제 일 순위에 올라있음을 제주도 당국은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가칭)‘제주여성플라자’ 건립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들과 맞물려 감히 검토해 보기를 제언하는 바이다.